홍석기 목사 (상리교회, 범사회문제대책운동본부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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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대체 과목 없이 채플 수강을 강요하는 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7월 21일 A대학교 총장에게 “채플 대체 과목을 추가로 개설하거나 대체과제를 부여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지방에 위치한 J종합대학도 지난 7월 21일 인권위로부터 “대체과목 없는 채플 수강 강요는 종교의 자유 침해다”라며 대체과목 혹은 대체과제를 마련하라는 권고를 받았습니다. 앞서 이 학교에서 비기독교인인 한 학생이 인권위에 진정했습니다. “기독교인이 아님에도 채플을 의무적으로 수강해야 하고, 미수강 시 졸업에 제한을 받는 것은 종교의 자유 침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비슷한 사례는 지난 5월 광주의 B대학에서도 발생했습니다. 이때 역시 한 학생이 같은 이유로 진정했고 인권위 역시 같은 권고를 내렸습니다. 당시 인권위는 B대학이 기독교 건학이념을 명시하고는 있지만 보건인력 등 전문직업인 양성을 주 목표로 하고, 기독교 신앙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학과가 없어 채플을 필수 과목으로 지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채플이 설교, 기도, 찬송, 성경봉독 등으로 구성돼 일반 예배와 다를 바 없다는 점을 주안점으로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판결은 대학교의 건학이념과 역사와 전통을 무시한 처사입니다. 1964년에 설립된 J대학은 ‘기독교 정신 구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 같은 건학이념은 학교 비전과 신앙고백문, 총장 인사말 등에서 해당 대학 진학에 관심을 두는 이들이라면 누구든지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문대학 내 기독교학과인 ‘신학과 경배찬양학과’도 오랜 전통으로 해당 지역에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건학이념과 전통을 무시하고 이에 반대하는 학생이 진정(陳情)을 했다고 하여 일방적으로 ‘채플 대체 과목’을 추가로 개설하라고 하는 것은 기독교 사립학교에 대한 파괴적인 행위입니다. 지난 8월 5일 미션네트워크와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공동으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도 이 같은 사안이 중점적으로 논의됐습니다. 박상진 교수(장신대 기독교교육학과)는 “J대는 놀라울 정도로 비기독교인 학생들을 존중하고 채플을 유연화해서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대학 채플의 모범 사례임에도 인권위가 같은 문제를 반복해서 제기하는 이유가 뭔지 의구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계속 말하기를 “심지어 광주 B대학에서 시정안을 보고했음에도 인권위에서 이를 거부했다. 두 대학의 사건에 내용은 조금 다르지만 근본적으로 기독 사학의 건학이념을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정체성을 무시하는 행위를 인권위가 감행하고 있다는 점은 같다”고 했습니다.
채플이란 기독교 계통의 학교에서 진행하는 예배 모임·강의 등을 의미합니다. 앞서 이 학교에 다니는 한 학생은 “채플을 듣지 않으면 졸업이 불가능해 모든 학과 학생들이 자신의 종교와 관계없이 강제로 수강하고 있다. 학교가 헌법상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고 했습니다. 그런 학생은 기독교 학교에 왜 입학을 했는지 물어야 합니다. 학교가 채플을 의무화하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한데 본인이 이를 윈치 않았다면 입학을 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그런데 학교가 좋아서 들어와 놓고 ‘채플 대체 과목’을 추가로 개설하라고 하는 것은 손님이 주인을 몰아내는 행위와 같은 것입니다. 이럴 때 “주객이 전도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점에서 인권위의 결정은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인권위는 채플 수업 개요 및 목표에 ‘기독교 정신 함양’이 명시된 점과 채플 강사가 외부에서 초빙된 목사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채플이 기독교 전파를 목적으로 한 종교교육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울러 한국의 사립대학 중 30% 이상이 종교재단에서 설립한 대학인 점을 근거로 들며 “학생들이 채플 이수가 의무인 학교에 입학했다고 해서 ‘어떤 종교교육이라도 받아들이겠다’는 뜻이라고 추정할 수는 없다”고 봤습니다. 그리고 “비신앙 학생들에게 수강 거부권을 인정하거나 대체 과목을 개설하는 등 학생의 종교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지 않을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이것은 잘못된 주장입니다. 기독교 사립학교는 건학이념에 따라 채플을 필수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비신앙인은 학교에 입학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만일 입학을 했다면 종교가 달라도 학교의 방침에 따라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권위가 잘못된 결정을 하고 있는 중요한 원인으로 현 상태에 대한 분석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J대학의 경우 채플이 ‘성품채플(소그룹채플), 문화채플, 지성채플, 소명채플 등’ 총 4개의 성격으로 구성됐으며 학생들은 매 학기 자유롭게 이들 중 선택할 수 있습니다. 성품채플은 직장 등 공동체 생활에서 필요한 ‘정직, 배려’ 등 기본적 예절을 함양하도록 과제를 주고받고 있으며, 문화채플은 다양한 문화적 콘텐츠를 활용해 비신앙인 모두 공감하도록 음악적 요소를 가미하고 다양한 게스트가 초청됩니다. 지성채플은 지식과 학문의 포괄적 체계를 교육하고 자신의 전공에 대한 이해를 돕도록 하며, 소명채플은 통합적 SQ 검사를 통해 각자에 맞는 적성을 발견하고 개발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학교 관계자는 “4개의 채플 중 예배의 형식을 띠는 것은 하나도 없다. 문화채플만 한 학기 중 한 차례만 찬양예배라는 타이틀로 진행될 뿐이다. 학생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다”고 했습니다. 실제 지난 학기 소명채플은 전체 학생 설문 결과 만족도 99.7%를 기록했으며, 문화채플 99.4%, 지성채플 98%, 가장 낮은 성품채플도 90%에 가까웠다고 합니다. 관계자는 “학생의 75%가 비기독교 학생들임을 감안하면 과연 ‘강요했다’는 표현이 적절한가!”라고 반문하고 있습니다. 그는 “(학생들이) 학벌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로 종교와 무관하게 떠밀려 입학한다는 주장이 그럴듯해 보이지만 억지”라며 “학교를 졸업했을 때 얻는 혜택을 선택한다면, 그에 따르는 비용도 감당할 자세가 돼야 하는 게 대학이다. 종교적 행위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성품과 지성을 함양하는 소명을 찾게 해주는 채플이 그렇게 인생의 큰 위협이자 강요란 말인가”라고 말했다. J대 채플을 이끌고 있는 선교지원실 한병수 교수는 “학생의 민원 자체는 존중한다. 하지만 채플에 대한 인권위의 현장 파악이나 실사는 전혀 없었다. 학교가 채플을 강요했다고 할 만한 실체가 있는지 파악하는 노력을 했어야 하지 않았나!”라며 아쉬워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권위는 특정 학생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여서 ‘종교의 자유 침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러 자세는 “기독교 사립학교를 무너뜨리려는 속셈이 있다”고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기독교 사립학교에서 종교교육을 못 하도록 강제하고 채플도 방해하는 것은 공산주의 국가에서 실시한 토지몰수와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미 도를 넘었습니다. 특히 기독교에 대해서는 폭주 기관차처럼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인권위의 위상은 이미 초법적입니다. 인권위는 국민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명분을 가지고 소수자의 평등을 주장하며 다수를 탄압하고 있습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그렇고, 개정 사학법을 통하여 기독교 학교를 억압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이제는 기독교 사립학교의 채플을 ‘종교 자유의 침해’라는 굴레를 씌워서 이를 입법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해체되어야 대한민국이 다시 살아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독교를 위협하고 있는 인권위가 가진 권력을 빼앗아야 교회가 살아나고 기독교 사립학교가 건재할 수 있습니다. 이미 권력에 취한 괴물이 되어버린 국가인권위원회의 정치 권력화와 횡포를 막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