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기 목사 (상리교회, 범사회문제대책운동본부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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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에 의하면 탈북민을 돕다가 외국에서 처벌을 받을 경우에 여권의 발급 또는 재발급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여권법 제12조 3항은 외국에서 ‘국위를 크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저지른 사람에게 여권의 발급 또는 재발급을 제한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이에 국민의힘 지성호 의원(비례대표)은 “탈북민들의 탈북을 돕다 외국에서 받은 처벌을 ‘국위 손상’으로 해석해 여권을 무효화시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여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외국에서 ‘국위를 크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저지른 사람에게 여권의 발급 또는 재발급을 제한하고 있는 현행법에 대하여 개정안을 내놓은 것입니다. ‘국위 손상 행위’란 국외에서 살인, 강도, 인신매매, 마약 밀수 등 중대한 위법행위를 저질러 강제퇴거 조치를 당하거나 현지 당국이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시정·배상·사죄 요구를 해오는 것 등을 말합니다. 그러나 국외에서 처벌 받는 경우에 일방적으로 무조건 여권 발급을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중국에서 탈북민들을 돕다 현지 당국에 처벌 받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이런 경우에 우리 외교부는 ‘국위 손상’을 이유로 여권 사용을 제한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중국 당국이 탈북민 구출 등을 ‘밀입국자를 돕는 위법 행위’로 간주해서 적발 시 강제퇴거 조처를 내리고 있습니다. 이것은 부당한 처사입니다. 그런데 이를 용인하며 여권을 무효화 하는 것은 자국민을 사지로 내모는 것과 같습니다.
최근 중국에서 탈북민을 돕다 공안에 체포돼 현지에서 구금된 한국인 사업가의 여권을 우리 외교부가 무효화시켜서 그를 기다리던 탈북민 6명이 도움을 받지 못하고 모두 체포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은 사태에 대하여 지성호 의원은 이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탈북민을 돕는 행위는 국내법은 물론 국제법상으로도 적법하고 정당한 행위이다.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은 대한민국 정부가 탈북민을 특별히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해야 한다는 기본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국외 탈북민을 돕는 행위는 우리나라가 비준한 세계인권선언, 유엔난민협약, 고문방지협약 등에 부합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대한민국 헌법 제6조 1항은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같은 사실에도 불구하고 우리 외교부는 현행 여권법에 예외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기계적이고 포괄적으로 법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탈북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대한민국 입국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지성호 의원은 현행 여권법 제12조 3항에 “외국에 체류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국위 손상 사유에서 제외한다”는 단서 조항을 신설했습니다. 또 그간 외교부 일선 직원의 행정 처분으로 이뤄진 해당자들의 여권 무효화 조치를 ‘여권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결정하도록 했습니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이와 같은 조치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봐도 대한민국이 탈북민을 앞장서서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외교부의 기계적 조치가 참으로 한탄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는 북한 동포의 인권보호를 위해서도 반드시 개선이 되어야 하는 일입니다.
‘한국오픈도어선교회’가 기독교 박해국가 순위인 ‘World Watch List 2021’을 발표했습니다. 조사결과 지난 1년간 4,761명의 기독교인들이 신앙을 지키다가 살해되었습니다. 4,488개 교회당과 기독교 건물이 공격을 받았습니다. 평균적으로 매일 13명의 기독교인이 순교를 당했고 날마다 하루 평균 12개의 교회가 공격을 받았던 것입니다. 옛날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세계 최악의 박해국이던 ‘북한’은 아프간 사태로 인해 20년 만에 1위의 자리를 내주고 2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동안 꾸준히 ‘기독교 박해 세계 1위’의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북한에는 약 7만~20만명의 기독교인이 수용소에 갇혀 있을 것이라고 추정합니다. 이게 무엇을 말해줍니까? 신앙을 지키기 위한 박해가 소리 소문도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겁니다. 겉으로는 평안해 보이지만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순교를 당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탈북민 중에 탄압받는 기독교인들이 적지 않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탈북민을 돕는 것은 그리스도인으로서 해야 하는 사명입니다. 넓게 보면 탈북민을 돕는 것은 사랑입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이를 ‘밀입국자를 돕는 위법 행위’로 여기며 통제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탈북민을 돕는 일이 비밀리에 진행이 되며 적발될 경우 구속을 당하거나 심하면 목숨을 빼앗길 위태로운 지경에 놓여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명감을 가지고 탈북민 돕는 일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대한민국 정부에서 그들에 대하여 여권을 무효화 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처사입니다.
탈북민 중에는 ‘탈북 국군포로의 가족들’도 있습니다. 국군포로는 6.25전쟁 당시 북한군 혹은 중공군에 의해 포로가 된 군인을 말합니다. 주로 북한지역에서 많이 발생했습니다. 정부가 파악한 한국전쟁 국군포로는 약 8만 2천명, 유엔은 다국적 군인포로까지 포함해 약 10만 명 정도로 봅니다.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에 의하면 북한에서 인권 유린을 겪고 있는 국군포로들의 문제가 심각합니다. 정수한 위원장(물망초 국군포로송환위원회)에 의하면 “북한 내 국군포로들이 겪고 있는 인권 유린과 열악한 노동 환경이 비참한 지경”이라고 합니다. 그는 “탈북 국군포로들이 퀸타나 보고관에게 ‘북한에 남아 있는 국군포로들의 송환을 위해 힘써 달라’며 지난 2004년 12월 탈북 후 2005년 1월 강제북송되어 생사가 불투명한 국군포로 한만택 씨의 생사확인 및 송환 노력을 요청했다”고 말합니다. 탈북 국군포로인 유영복·김성태·이규일씨가 퀸타나 보고관에 제출한 청원서에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채택이 예상되는 북한인권 결의안에 국군포로와 후손들이 겪는 인권침해와 국제법 위반 사항을 첨가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북한과의 종전선언이 ‘모든 포로와 민간인 억류자 송환’이라는 국제인권조약을 준수하도록 관계국 정부에 촉구해달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에 정부 차원의 조사위원회가 진상조사와 국제법 위반 분석 보고서 작성, 국군포로 전담 부서(현재는 국방부 군비통제과가 담당) 신설, 국정원 등에 납북억류자 및 탈북자 구출을 위한 정보 수집·송환 지원 업무를 명시할 것을 권고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때에 탈북민을 돕는 일은 참으로 귀한 일입니다. 자유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다가 숨진 국군포로의 가족들을 돕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은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반대로 탈북민을 돕다가 외국에서 처벌을 받을 경우에 여권의 발급 또는 재발급을 제한하고 있는 정책은 반국가적이며 반 인도주의적인 행위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탈북민을 돕는 것은 사랑입니다. 그런데 여권법이 이와 같은 일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이제라도 예외조항을 두어 “외국에 체류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국위 손상 사유에서 제외한다”는 단서 조항을 하루라도 빨리 삽입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교회가 앞장서서 보다 적극적으로 탈북민을 돕는 일을 찾아 나서야 할 것입니다. 탈북민을 돕는 것은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