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조과학의 출현
중세 서 유럽에 대한 로마 카톨릭의 지배력이 약해지고, 갈릴레오 갈릴레이를 비롯하여 당시 사람들이 두려워했던 종교재판도 점차 사라지면서, 성경의 내용을 부인하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게 된다. 예를 들면 창세기 대홍수를 인정하지 않는 것도 그 중 하나다.
르네 데카르트(Rene Descartes)와 함께 근대철학을 개척한 철학자로 평가되는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1561-1626)은 1620년에 <신기관(Novum Organum)>을 발간하여 진리를 발견하는 참 학문의 탐구 방법으로 실험을 강조하였다. 베이컨은 <신기관>에서 신앙고백적인 말을 하면서도, 성경에서 ‘창세기’나 ‘욥기’를 학문의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마치 요즈음에 일부 그리스도인(?) 과학자들이나 신학자들이 성경을 신앙의 영역으로 제한하고, 학문적인 탐구의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논리와 비슷하다.
한길사에서 번역 출판한 <신기관> 77쪽에서, 베이컨은 이렇게 말한다. “그런데 오늘날에도 이런 헛된 숭배에 빠져들어 <창세기>나 <욥기>와 같은 성경 구절에 기대어 자연철학(오늘날의 자연과학-이해를 돕기 위해 추가한 것임)을 세우려고 애쓰고 있는 자들이 있으니, 이것은 실로 ‘산 자 가운데서 죽은 자를 찾는’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신학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이 이처럼 어리석게 결합되면, 공상적인 철학이 등장하기도 하고 이단적인 종교가 출현하기도 하는 것이니, 그와 같은 헛된 숭배는 어떻게든 막아야 하고 규제해야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신앙에 속하는 것만을 분별해 믿는 정신이야 말로 참으로 건전하고 지혜로운 것이다.”
<창세기>를 부정하는 것은 역사적 사실인 ‘창조’와 ‘노아 홍수’를 부정하는 것이다. <신기관>은 학문적 탐구에 필요한 방법론을 제공했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성경에 기록된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하고 또한 조장하는데 기여했다는 부정적 면이 함께 존재한다.
1795년에 스코틀랜드 의사이며 지질학자인 제임스 허튼(1726~1797)이 <지구 이론>(Theory of the Earth)을 출간하여 노아 홍수를 부정하고 ‘동일과정설’을 주장하였으며, 1830-1833년에는 찰스 라이엘(Charles Lyell; 1797~1875)이 세 권으로 구성된 <지질학의 원리>(Principles of Geology)를 출간하여, 허튼의 동일과정설이 지질학의 기본 원리로 자리 잡는데 기여하였다. 제임스 허튼이 시작하고, 찰스 라이엘이 대중화하는데 성공한 ‘동일과정설’은 수 천 년의 지구 나이를 수 억 년으로 늘리는데 공헌하여, 진화론으로 가는 대로(大路)를 만든 격이 되었다.
당시에는 지질학자들의 ‘지구가 오래되었다’는 주장에 대해 학술적으로 반박할 수 있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 또한 신학자들 중에도 성경을 늘어난 지구 연대에 맞추어 해석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게 되었다.
∎ 최초의 창조과학자
캐나다 출신 안식교인인 죠지 맥크리디 프라이스(1870~1963)가 1902년 <현대 기독교와 현대 과학 개요>(Outline of Modern Christianity and Modern Science)를 출간하여, 지질학자들이 자료(data)를 잘못 해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906년에는 프라이스가 <비논리적 지질학>(Illogical Geology)를 출간하였으며, 프라이스는 이 책에서, ‘어떤 화석이 다른 화석보다 더 오래된 것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사람’에게 1,000불을 주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