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열 목사 (본지주필, 기독교한국신문논설위원 군남반석교회담임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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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 가운데서 기독교라는 종교의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참으로 예수를 믿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왜냐하면 이들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심히 크기 때문이다. 신문사회면의 끔찍한 사건들 중에는 자라나는 어린 학생들의 상상을 초월한 폭력과 죽음에 이르게 하는 믿어지지 않는 일들을 접한다.
사람이 도대체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단 말인가? 정치인을 비롯한 믿음의 어른들의 가르침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가 아닐까? 과거에도 수많은 사건들이 있지만 최후에 구원의 길을 찾아 헤매는 죄수들도 있다.
당시 27세의 고재봉은 육군 1109 야포단 소속으로 부대장 박 모 중령의 당번병이었던 그는 부대장의 몸종이자 가정의 머슴과도 같은 존재였다. 지금 같으면 말도 안 되나 그 당시는 통하는 시대였다. 그가 살인을 저지른 발단을 보자. 박중령 집에서 마당일을 하던 고재봉은 목이 말라 물을 마시려고 부엌에 들어갔다가 한 근쯤 될까 말까 하는 작은 고기 뭉치를 보고 슬그머니 들고 나왔다. 집이 없었던 것인지 오랫동안 못 먹는 고기를 보자 제정신이 아니었던지 모르지만 선뜻 이해가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어쩌면 장난기가 발동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일은 생각지도 못하게 커져버렸다. 식모에게 들킨 것이다.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그녀는 전에 없어졌던 트랜지스터라듸오도 중령님의 군화도 당신 짓이 분명하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이 일은 결국 박 중령에게 알려졌고 화가 잔뜩 난 박 중령은 그를 헌병대에 넘겼다. 7개월의 감옥살이었다. 그것이 고재봉이 치른 고기 한 근의 훔친 대가였다. 그는 반년이 넘는 짧지 않는 나날을 감방에서 보내며 이를 갈았다. 여기서 나가면 천만배 갚아 주리라. 나오자마자 강원도 인제군 남면 어론리로 달려갔다. 박 중령의 집을 향한 것이다. 한밤중에 그의 집으로 숨어들었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다 안다. 그의 손에는 손도끼가 들려있었다. 새벽2시쯤 외마디 비명소리가 났다. 그런데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그 박 중령은 얼마 전에 전출되어 집도 이사를 갔고 새로 부임해온 이덕주 중령네가 이사를 와서 살고 있었던 것이다. 참사의 현장은 아침이 되자 이 중령을 모시러온 그의 운전병에 의해 발견된 것이다. 식모를 포함한 일가족 여섯명이 참변을 당해 살해되어 있었던 것이다.
정리해보면 그는 1963년 10월 19일 새벽 2시경 강원도 인제군 남면 어론리 195번지에서 병기 대대장이었던 이덕주 중령 일가족 여섯명을 도끼로 찍어 살해하였다. 온 국민은 살인마 고재봉이라고 불렀다. 이렇게 악한 사람도 선해질 수가 있었던 것일까?
그 후에 그의 마음에도 따스한 주님의 사랑이 임하였다. 사형선고를 받고 복역 중에 예수님을 영접했다.
새사람이 되어서 사형집행자에게 ‘예수 믿으십시오’ 라고 당부하고 찬송을 부르면서 1964년 3월 10일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러나 성경은 말한다. ‘누구든지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얻으리라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고재봉을 전도했던 안국선은 서리집사였다. 과거군목으로부터 받은 성경을 화장실에서 찢었던 그가 읽은 성경은 요한복음 3장 16절이었다. 그는 억울했다. 내가 성경을 좀 더 일찍 읽었더라면 이런 미친개가 되지 않았을텐데 라고 되뇌었다. 죽어가며 그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입에서는 찬송이 나왔다. ‘하늘가는 밝은 길이 내 앞에 있으니 슬픈 일을 많이 보고 늘 고생하여도 하늘영광 밝음이 어둔 그늘 헤치니 예수 공로 의지하여 항상 빛을 보도다.’ 이때 교도소의 2천명 중 1800명이 믿는 기적이 일어났다. 그 후 얼마 안 되어 교도소 내에 교회도 세워졌다.
사형수 고재봉이 그의 어머니께 보낸 편지 ‘어머님! 원수 악마도 저 같은 원수 악마가 없을텐데 어머니라 불러 끔찍하시겠지만 달리 부를 방법이 없으니 용서해 주십시오. 저는 제가 지은 죄의 엄청남에 한없이 뉘우치고 있습니다. 제 목숨하나 없어져서 속죄 할 길 없으니 어찌해야 합니까? 어머님이 사랑하는 자식과 그 가족이 살해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졸도하셨다는 집사님 말을 듣고 제 맘은 갈기갈기 찢어집니다…(중략) 제가 죽어서 천국에 가면 중령님을 꼭 만나 용서를 빌겠습니다.’ (엡2:8)
똑같은 사건이 아니라 할지라도 구원의 길을 찾는 사람을 가까운 곳에서부터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