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출판공사가 1993년에 출판한 <학원 세계대백과사전>에서 ‘용(龍)’을 인용하여 보자.
“용 고대 전설이나 신화에 등장하는 상상의 동물, 몸통은 뱀과 같고 비늘이 있으며 머리엔 뿔이, 네 다리에는 날카로운 발톱이 달려 있다. 평소에는 연 못이나 바다 속에 살다가 일정한 때가 되면 물을 박차고 하늘로 올라 지상(地上)과 초월적인 하늘의 세계를 연결시켜주는 영적(靈的)인 동물이다. 옛 중국인들은 이러한 초월성에 입각하여 천자(天子)의 상징으로 용을 사용하였는데, 중국에서 용은 이미 신석기시대부터 그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예기>에서는 용을 봉황(鳳凰)·거북·기린과 함께 4령(四靈)의 하나로 취급하였고, 한대(漢代)에는 4신(四神)의 하나로 동방을 지배하는 청룡(靑龍)을 숭배하였다. 4신의 관념이 성립되면서 용의 그림도 다수 출현하였는데, 이때의 용은 멋있는 갈기를 가진 말과 비슷한 모습으로 묘사되었다. 후에 불교가 전래되면서 불법(佛法)을 수호하는 팔부중(八部衆)의 하나인 용이 중국 전래의 용과 결부되어 사해용왕(四海龍王), 그리고 인간과 같이 활약하는 용왕(龍王)의 전설을 낳았다. 서양에서는 용을 드래곤(dragon)이라 하는데, 이는 뱀을 의미하는 그리스어(語) 드라콘에서 유래하였다. 그 모습은 동양의 용과 비슷하나 날개가 있고 입에서는 불을 토하며 날카로운 독니를 가진 거대한 뱀 모양의 용은 인도에 산다고 기록하였는데, 전자는 날개를 가진 신, 후자는 비단구렁이의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추측된다. 짐승의 강한 속성을 갖추고 세상의 비밀이나 생산력을 독점한 용은 수정능력(授精能力)이 있는 지령(地靈)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 군력이나 풍요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고대 유럽인들은 용의 초월적 힘을 경외하여 로마에서는 군대의 깃발에, 영국에서는 왕실의 문장(紋章)에 용그림을 그려넣었다. 북유럽에서도 용은 해군의 상징이었고, 바이킹은 뱃머리에 용머리를 장식하였다. 그러나 유럽에서 용은 악신(惡神)의 화신이라는 인식이 더 지배적이었다. 따라서 서양 각지의 건국설화에는 용을 퇴치하고 용이 지키던 보물 등을 인간들에게 나누어 준 영웅들이 등장한다.”
순수한 신화(神話; mythology)나 전설(傳說; legend)로 알았던 것들이 고고학적(考古學的; archeological) 발굴에 의해 역사적 사실에 근거를 둔 것으로 밝혀지기도 한다. 역사적 사실이 대를 이어서 전해 내려오면서, 과장되기도 하고 변하기도 하고 신화적(神話的) 요소가 가미되기도 할 것이다.
학자들은 신화를 고려의 가치가 없는 철저하게 무의미한 허구로 생각하지 않는다.
역사학자들은 단군신화(檀君神話)가 포함하고 있는 역사적 사실에 주목한다. <정도전 사상 연구> 등 수 십 권의 책을 저술한 한영우 교수가 저술한 2003년 개정증보판 <다시 찾는 우리역사> 76쪽을 인용하여 보자.
“이상과 같은 단군신화에는 현대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한 이야기들이 많지만, 이를 잘 음미하면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담고 있다. 첫째, 하늘의 후손임을 자처하는 환인-환웅족이 왕족이 되고, 곰을 토템으로 숭배하는 웅녀족이 왕비족이 되었음을 이 신화는 암시한다. 또 단군이 조선을 세운 것이 요임금 즉위 50년이 되는 해이므로 서기로 환산하면 기원전 2333년에 단군조선이 건국되었음을 말해준다.”
즉, 역사적 사실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