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동창회 모임 날이다. 꾸밈없는 순수성으로 인격을 다지며 관계 맺어진 꿈에도 그리운 동무들의 회합이다. 씨족사회 자연부락단위로 이뤄진 마을공동체, 각자의 문화와 전통을 형성하며 미래 성장 동력의 유전인자를 친밀하게 쉼 없이 공유한 보석 같은 소꿉 쟁이 친구들, 이런 관계를 이어가며 많은 시간을 함께한 초등학교 동창생이 허물이 없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만나면 부담 없이 터놓고 재잘대는게 초등동창회 모임이 아닐까 싶다.
신앙인으로서 이번 모임이 나에겐 유독 인상 깊은 모임이 됐다. 같은 행정구역이지만 동네가 다른 여자동창생이 앞자리에 앉아 함께 식사를 하고 있을 때 내 얼굴을 유심히 살피는 것이다.
어릴 적 어른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면 얼굴에 무엇이 묻어있냐고 물어보는 환경에서 성장하였기 때문에 식사중이니 얼굴에 뭐가 묻었는가를 직감하고 물었으나 아니라고 하고 이따가 이야기 하겠다한다.
한참 지나자 그 친구가 말한다. “친구야 내가 관상을 공부했다. 사람의 얼굴을 지붕으로 말하면 눈썹은 처마다. 눈비가 들치지 않으려면 처마가 튼튼해야 하는데 부실하면 비가 들쳐. 그런데 내가 보는 친구의 눈썹은 부실하다. 지붕 추녀 끝을 보강하여 눈비 몰아침을 막듯 친구의 눈썹에 문신을 해 보강해야겠다. 눈썹을 하게 되면 모든 것이 잘되고 재물이 모아지고 건강의 운(運)이 생긴다”며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는다.
관상을 공부했다고 눈썹에 문신을 하라고 종용하는 친구의 말에 내가 동조할일은 전혀 없다. 누구나 생각과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나로서는 하나님 형상으로 빚어진 얼굴을 인위적으로 변형시키고 싶은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친구에게 말한다.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빚어진 질그릇이다. 질그릇은 깨질 수도, 그을릴 수도, 금이 갈수도 있다. 이 나이에 뭐가 부실하다고 공사를 하라하냐. 세월이 가면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인생사인데, 네가 비성경적인 관상학을 나에게 말하면 신앙인 박 장로가 네 말 듣고 문신을 하겠느냐?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나는 하나님의 아들이기 때문에 눈썹문신을 하지 않을 것이다.
처마에 비가 들친다, 재물이 도망간다는 말을 해도 난 전혀 개의치 않는다. 비록 눈썹이 부실하여 눈보라가 몰아쳐도 하나님 믿음으로 승리의 개가를 부르며 나아가고, 폭풍우가 몰아쳐도 주님 의지하고 살 것이며, 금과 은 가진 것 없어도 예수님 찬양하며 살다가 인생이 끝나면 예수님 품에 안겨 근심 걱정 없는 영생복락을 누릴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설득당한 친구는 다시는 나에게 관상학 같은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렇다. 저의 초등생 중에는 신앙을 가진 사람이 아주 적다. 장로직분을 가진 사람은 나 혼자 뿐이다. 적다는 것은 할 일이 겁나게 많다는 것이다. 이를 기회 삼아 동창회 모임 때마다 예수를 영접해야 함을 누차 이야기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신앙인의 자세를 확고히 해야겠다.
신앙인은 말씀에 준한 신앙을 생활화해야 한다.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에 예수의 푸른 계절이 오도록 해야 한다.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열정적으로 지역을 섬기며 동료에게 복음을 전하라는 신호다. 더욱 건전한 생각을 가지고 건강한 공동체를 통한 복지사회 건설하는 평안하여 든든히 서가는 신앙인이 될 것을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