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의 압해중앙노인대학에서 제16회 가을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2005년 개교하여 올해 19년차를 맞은 압해중앙노인대학은 매년 가을 시골에 사시는 어르신들이 가보지 못했을 만한 곳을 선정하여 서울, 경주, 부산등을 1박2일의 일정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서 노인대학 운영이 중단되고 수학여행도 가지 못하다가 작년에 당일 일정으로 곡성과 담양을, 올해는 예전과 동일한 1박2일의 일정으로 천안 독립기념관, 여주 세종대왕릉, 춘천 남이섬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이번 수학여행에서는 학생 160명, 자원봉사자 25명, 총 185명이 참석했다. 아침 8시가 출발예정시간이었지만 마음이 들뜬 어르신들은 새벽 6시부터 노인대학이 진행되는 압해중앙교회로 모여들었다. 5대의 관광버스에 나눠타야 했기에 버스마다 다른 색으로 구분된 명찰을 받아 목에 걸고 노인대학, 노인전문대학원, 평생교육원 반별로 나누어 버스에 탑승했다. 신안군에서도 압해읍장, 주민복지과장등 여러직원들이 먼 길 가시는 어르신들을 마중했다.
국토를 종주해야 하는 먼 여정이지만 어르신들의 표정은 밝고 들떠 보였다. 버스에서 노래도 부르며 즐거운 여정속에 첫 번째로 도착한 천안 독립기념관. 어르신들을 인솔하는 신현파 학장 뒤로 2줄로 맞추어 질서 정연하게 이동했다. 겨레의 탑 앞에서 단체 사진도 찍고, 전시관도 돌며 역사를 탐방하는 시간을 가졌다. 무척이나 넓은 독립기념관에서 길을 잃고 헤매실 어르신들은 없을까 걱정되었지만 정해진 시간이 되자 한 명의 낙오자 없이 버스에 탑승완료했다. 중간중간 어르신들을 돕고 안내하는 신현파 학장을 비롯한 자원봉사자들의 노련한 인솔 덕분이다.
다시 버스를 타고 이번에는 여주 영릉을 향해 출발했다. 해설사들이 미리 나와 노인대학생들을 맞이했다. 두 팀으로 나누어 해설사들의 영릉에 대한 설명을 진지하게 듣는 모습은 여전히 배움중에 있는 노인대학의 수학여행임을 실감케 했다.
이제 저녁 6시 반, 숙소인 가평 켄싱턴 리조트에 도착했다. 저녁식사후 강당에 모인 어르신들은 그간 열심히 준비해온 노래자랑 대회를 가졌다. 노인대학에서 운영하는 8개 학과중에 음악학과가 주축이 되어 음악학과 반장인 김창남 어르신의 사회로 진행된 노래자랑에서는 20여명의 참가자가 나와 뜨거운 열기속에서 열창했다. 미리 준비한 가발을 쓰고 흥을 돋구는 어르신, 무대 앞으로 나와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어르신등으로 인해 모두가 하나되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리조트의 조식뷔페로 아침식사를 한 어르신들은 최종 목적지인 남이섬으로 이동했다. 잠깐이지만 배를 타고 들어가는 남이섬은 연륙교가 놓이기전 배를 타고 들어가야 했던 예전의 압해도의 모습을 추억하게 했다. 가을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었던 남이섬에서 어르신들은 2시간여 자유롭게 관광을 한 후에 정확한 시간에 모여 돌아올 수 있었다. 남이섬 선착장 광장에서는 둥글게 모여 즐겁게 노래부르고 흥을 내시는 어르신들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는 관광객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모든 수학여행 일정을 마치고 5시간여의 먼 길을 돌아와야 했던 어르신들은 아쉬움 가득한 표정이었다. 그만큼 일 년에 한 번 압해중앙노인대학을 통해 다녀오는 수학여행은 특별한 시간이다. 수학여행에 다녀온 어르신들은 한결같이 압해중앙노인대학을 통해서 평생 가보지 못한 좋은 곳을 여행할 수 있었고, 너무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고백한다.
신안군에는 현재 8개의 노인대학이 운영중에 있다. 모두 교회가 운영 주체가 되어 전도와 선교적 마인드로 믿지 않는 어르신들에게 새로운 교육의 기회를 주고, 삶의 질을 높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무엇보다 한 생명을 사랑하며 생명의 열매를 맺기위해 몸부림 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