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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괄본부장 박정완 장로 |
나도 나이 들었나 보다. 세상을 떠난 사람들 전화번호가 하나씩 지워진다. 더이상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쓸데없는 것을 찾는 이 없기 때문이다.
전화번호를 삭제할 때마다 마음이 요동침을 느낀다. 살아 있는 주위 사람을 챙기며 좋은 관계로 살고 싶은 마음뿐이다. 여기다 더 보탠다면 신앙인으로서의 품위와 자질을 보여주면서… 예수님의 사랑과 복음을 전하고 섬기며 나누면서 주위분들과 아름다운 사회 공동체를 세워가는 것이다. 하나님께 받은 사명 충성되이 감당하는 것이 자녀의 도리이기 때문이다.
오후 상경하는 친구 배웅차 목포역(驛) 대합실로 갔다. 구석진 곳에 청색모자를 눌러쓰고 초췌하게 앉아있는 6년 선배가 나를 알아보고 “나 여기 있다”며 손짓해 그렇게 서너 달 만에 만났다. 아주 친히 지내는 선배다. 소금(천일염) 사업가다. 어릴 적부터 똑똑하다는 소릴 들으며 천자문을 역으로 외운 수재 형이다. 웰터급 권투선수로 화려한 학창시절과 군생활을 보낸 의기 당당했던 잰틀한 선배다. 항상지갑을 열며 먼저 계산하며 넉넉함의 웃음을 잃지 않던 형이다. 봉사 정신이 투철해 낮고 어려운 곳을 돌아보며 성격대로 후하게 후원하는 독지가다.
고등학교 장학재단법인 설립땐 시간과 물질 투자를 마다하지 않고 활동하며 후배 양성에 있는 힘을 다했던 행동파 선배다. 동문 체육대회 때는 “소금은 신안 천일염이 최고다”라며 수백여 포대(20kg들이)를 흔쾌히 협찬해 동문 부인들로부터 깊은 찬사를 독차지했던 선배다.
이런 솔직 담백하고 용감무쌍했던 선배를 역 대합실에서 초췌한 몰골로 만나게 된 것이다. 어떻게 사느냐 근황을 묻으니 갈 곳 없어 매일 오전 역에 나와 오후 6시쯤 귀가 한다고 했다. 차 한잔하자며 친구가 있는 커피숍에 갔다. 선배가 원하는 빵과 커피를 주문했다. 친구를 소개하니 친구는 형을 기히 알고 있음에도 모른 분이라 한다. 주문한 빵이 나오니 씻지도 않은 맨손으로 갈라 주위 사람 의식도 없이 허겁지겁 드신다. 높은 테이블 위에서 드시다 실수로 빵 덩어리가 바닥에 떨어진다.
이 또한 눈치를 살피더니 먼지 묻은 빵 조각을 그대로 입으로 가져간다. 안된다고 해도 막무가내다. 이 선배에게서 이런 상황이 일어나다니 마음이 착잡하기 그지없다. 예전 같으면 후배들에게 “정신 차려라. 떨어진 빵 조각을 주워 먹는 것은 낭비 방지와 절약의 관점에서 보면 경제적이고, 버려진 음식물을 줄이는 환경보호 측면에서 도움은 될 줄 모른다. 그러나 바닥에 떨어진 빵 조각은 오염될 수 있어 건강상 위험하다. 줍다가 다칠 수도 있다. 주워 먹는 행동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위생과 안전, 사회적 인식 등에 영향을 준다”며 호통치며 운동선수 기질로 훈계하며 혼냈을 형이다.
나는 선배에게 “형이 잘 나갈 때 나와 만날 때마다 말한 것 기억하느냐. 하나님을 믿으면 구원자이신 예수님이 형의 노후를 돌볼 것이다. 성령님을 모시고 교회 공동체 생활을 하면 하나님이 책임져 주신다, 걱정 말고 한번만 교회 나가면 인생 대박난다”고 말한 것이 생각나느냐고 물었다. 고개를 끄덕인다.
형에게 말한다 “그 눌러쓴 모자를 벗고 운동화 끈을 동여매라. 권투선수로서 싸워 이기려면 작전과 전술이 필요하다. 기량을 높이기 위해선 기본기가 충실해야 한다. 기본기는 훈련으로 연마된다. 원투(one two) 원투 레프트 훅(hook) 날릴 때를 생각하며 재충전하시라. 모든 것이 하나님의 통치 안에 있으니 지금부터라도 예수 믿어 구원 얻으라. 삶이 밝아 진다”고 말하며 헤어지는 발걸음이 못내 아쉬워 뒤 돌아봐 진다. 이후 선배가 총명한 정신으로 예수 영접하여 남은 여생 형통하길 위하여 쉬임없이 기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