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목사님으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는다.
교회 안수집사, 권사 내외가 운영중인 ‘옛날술빵’의 제조과정을 촬영해 KBS2 전국 맛 기행을 통해 방영되니 기도와 함께 취재요청을 하신다.
약속한 시간에 맞쳐 촬영 장소로 향했다.
시장통 소 도로 진입 후 4~50m 직진 사거리에 도달하니 앞에서, 좌우에서 오는 차량이 동시에 설 수밖에 없었다. 교행이 될 수 없는 좁은길이다. 뜻밖의 해프닝이 벌어졌다. 바쁘게 달리던 중, 한쪽 방향으로만 통행이 가능한 일방통행임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앞으로 나아가다가 사거리에서 모든 것이 멈춰 섰다. 앞에서 다가오던 경차가 조금만 물러서 주면 내 차가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옴짝달싹하지 않고 있다. 내가 위반 차량이라는 사실에 모두가 정차한 채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바로 그때, 옆 점포의 주인이 조용히 모습을 드러내며 상황을 유쾌하게 전개하기 시작했다. 그는 먼저 앞에 위치한 차량에게 “약간 후진하세요”라고 부드럽게 당부하고, 오른쪽에 있는 차량은 그대로 두며, 왼쪽 차량에게는 내 차량을 가르키며 “이차가 좌회전할 수 있도록 약간 후진하세요”라고 멋진 정리를 해 주신다. 그로 인해 도로 위의 복잡한 상황이 일순간 정리되고 원할한 소통이 이뤄진다. 나는 좌회전을 해야 된다는 지시에 의해 좌회전해 목적지로 향하는데 “선생님이 오는길은 일방통행입니다”라고 말한다.
이 사건은 단순히 한 차량의 위반이나 일시적인 교통 혼란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여러 사람앞에서 “일방통행인데 왜 오느냐, 그것도 모르고 운전하느냐?”고 면박을 줄 수 있음에도 살포시 나에게만 “이곳은 일방통행”이라고 말했다.
도로는 우리 일상이 펼쳐지는 작은 사회와도 같다. 각자가 규칙을 준수하며 안전하게 이동해야 하지만, 때로는 잘못된 인식이나 실수로 인해 예상치 못한 혼란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런 순간에 나타난 옆 점포 주인의 따뜻한 한마디는 법과 규칙이 아무리 중요하다 하더라도 인간적인 배려와 소통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상기시켜 준다.
오늘일은 두 가지 중요한 메시지를 남겼다. 첫째, 개인의 부주의나 작은 실수로 인한 결과가 때로는 전체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도로 위에서의 한순간의 판단 착오가 주변 모두의 움직임을 정지시키고 불필요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예상치 못한 순간에 나타나는 타인의 배려 깊은 행동은 단순한 상황 정리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비록 내가 위반 차량이라는 불편한 상황 속에 있었지만, 한 점포 주인의 따뜻한 말 한마디는 내 마음 한구석에 잔잔한 위안과 함께 사는 세상다운 삶을 선사해 줬다.
현대 사회는 엄격한 법과 규칙 속에서 운영되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미와 소통이 녹아있다. 도로 위의 한 에피소드는 우리 모두에게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 실수를 어떻게 마주하고 넘기는지가 진짜 중요한 문제”임을 일깨워준다. 각박한 도시 생활 속에서 서로에게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고, 때로는 남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다면, 우리 사회는 더욱 따뜻하고 인간적인 공간이 될 것이다.
일방통행 사건은 단순한 교통 위반이 아닌 도로 위에서 마주치는 작은 인간극장의 한 장면으로 남는다. 우리모두는 각자의 자리에서 규칙을 준수하며 살아가야 하지만, 동시에 서로의 부족한 순간을 이해하고 도울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늘의 경험은 내게 법과 규칙의 중요성뿐 아니라, 예상치 못한 순간에 피어나는 인간적인 배려와 웃음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