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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휘
前전남사회서비스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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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초고령화의 파고를 맞이하고 있다. 전국 곳곳의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재가서비스 현장에는 67만의 요양보호사들이 일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감당하는 책임과 헌신에 비해 대우는 매우 열악하다.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이 늘어날수록 요양보호사의 역할은 더욱 절실해지지만, 그들의 현실은 ‘저임금·고강도·불안정 고용’이라는 3중고에 놓여 있다. 돌봄의 품격은 곧 사회의 품격이다. 요양보호사의 처우개선은 선택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첫째, 임금체계의 정상화가 시급하다. 현재 요양보호사의 월 평균 급여는 약 220만 원 수준으로 최저임금과 큰 차이가 없다. 그마저도 야간근무수당이나 휴일수당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달 일한 사람이나 10년 일한 사람이나 차이가 없다시피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표준임금체계와 근속수당제를 도입하고 장기근속을 유도해 숙련 인력이 현장을 떠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돌봄이 일시적 아르바이트가 아닌 생애 직업으로 자리잡을 수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근무환경 개선과 인력기준 강화가 필요하다. 요양시설 한 곳에서 요양보호사 한 명이 8~10명의 어르신을 돌보는 일이 흔하다. 과중한 업무는 돌봄의 질을 떨어뜨리고, 직무 소진(burn-out)을 가속화시킨다. 선진국 수준인 1대5 기준을 목표로 인력배치를 단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또한 휴게공간 확보, 교대제 개선, 폭언·폭행 방지를 위한 법적 장치와 보호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돌봄은 체력과 마음이 함께 필요한 일이다. 요양보호사들이 최소한의 쉼과 존중 속에서 일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전문성 향상과 경력경로 설계도 중요하다. 지금의 자격제도는 ‘한 번 자격증을 따면 끝’인 구조다. 하지만 치매·인지돌봄, 응급대응, 심리상담 등은 끊임없이 전문지식이 요구되는 영역이다. 정기적인 직무심화교육을 제도화하고, 일정 경력 이상인 이들을 ‘수석요양보호사’나 ‘전문돌봄관리사’ 등 상위 자격으로 승급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경력에 따라 교육·관리·지도직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경력경로를 마련한다면, 요양보호사는 그간의 단순 돌봄노동자에서 전문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
넷째, 재정지원과 수가체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요양시설 수입 대부분이 장기요양보험 수가로 충당되는 만큼 인건비 현실화를 반영한 수가체계로 개편해야 한다. 인건비 가이드라인을 법제화하고, 지자체 단위의 ‘요양보호사 처우개선’ 지원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지방정부가 함께 나서야 한다. 이런 문제는 서로 모른체하거나 떠밀 것이 아니라 머리를 맞대고 협의가 필요하다.
다섯째, 사회적 인식 개선과 권익보호가 병행되어야 한다. 요양보호사는 단순히 신체적 돌봄만 제공하는 사람이 아니다. 어르신의 존엄을 지켜주고, 가족의 부담을 덜어주는 사회안전망의 최전선에 서 있다. 그러나 여전히 ‘힘든 일, 남이 안 하려는 일’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돌봄노동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언론과 인식개선 교육을 통한 ‘존중받는 돌봄문화’를 확산시켜야 한다. 요양보호사협회 등 직능단체도 법률적 지위를 획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정책 참여권과 협의권을 보장해야 한다. 요양보호사 문제는 단순한 복지노동 이슈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의 품격을 결정짓는 사회적 약속의 문제다. 정부는 돌봄 노동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인식해야 하며, 지자체 역시 지역 차원의 처우개선 제도화와 예산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 요양보호사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어야 어르신이 편안하고, 가정이 평안하며, 지역이 따뜻해진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요양보호사들이 새벽부터 밤까지 어르신 곁을 지키고 있다. 그들의 손길이 바로 우리 사회의 마지막 안전망이다. 돌봄의 품격을 지키는 일, 그것은 곧 인간의 품위를 지키는 일이다. 요양보호사 처우개선은 초고령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