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기 목사 (상리교회, 범사회문제대책운동본부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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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가 반대를 해오던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지난 8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습니다. 문제가 되는 내용은 사립학교의 교사 신규채용을 할 경우 시·도 교육청에 필기시험을 의무적으로 위탁시킴으로써 교사 임용권을 사실상 ‘교육청’이 행사하는 것입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사립학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재석 212인 중 찬성 139인, 반대 73인으로 가결시켰습니다. 현행법상 교육청의 채용시험 주관 여부를 사학 자율에 맡기던 것을 의무화함으로써 채용 과정을 투명화해 부정채용을 방지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극히 일부 사례에 불과한 채용비리를 방지하겠다며 교원임용권 자체를 빼앗는 것은 사립학교의 건립 목적과 건학이념 구현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사학법 개정안을 좀 더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개정안은 관할 교육청이 징계 및 해임 요구할 수 있는 대상을 학교장 및 교직원까지 확대하고 있습니다. 임용권자가 그 징계요구에 따라 징계처분을 하도록 재심의, 과태료 등의 규정도 마련했습니다. 또 사학 임원과 친족관계에 있는 교직원을 공개하고, 임원 선임제한 및 결격 사유 기간도 두 배로 연장했습니다. 부패방지를 위한 행동강령을 학교법인 정관이나 규칙으로 정하게 하고, 회계부정에 대한 형량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했습니다. 이사회 소집시 미리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학교 홈페이지 등에 공고하도록 했습니다. 사립학교에 두는 학교운영위원회의 법적 성격도 현행 자문기구에서 심의기구로 격상시켰습니다.
이에 대하여 ‘미래목회포럼’(대표 오정호 목사)에서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사학법 철회를 주장하며 “사학법은 사악법이다”는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건전한 사학을 죽이고 종교의 자유마저 침해하는 사학법 개정안 철회하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는 이런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사립학교 교원 채용시험을 시도 교육감에게 강제로 위탁시키는 사학법 개정안이 거센 반대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지난 8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로써 기존 교원임용이 임용권자인 학교법인에 있었던 것이 올곧이 시도교육감에게 넘어가게 됐다. 이는 곧 사립학교 설립과 운영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은 물론 기독교 사학에게는 종교의 자유마저 박탈시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사실 이 법안이 사학들의 반대를 무릅쓰면서까지 이처럼 강행하는 데는 일부 사학의 교원임용 비리를 척결한다는 그럴싸한 명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과도한 행정 낭비이며, 입법남발일 뿐입니다. 무엇보다 학교법인의 고유 인사권마저 박탈시키면서 시도 교육감에게 전권을 넘겨주는 것은 오히려 교육 권력 집중화 현상이 일어날 것입니다. 또 다른 임용비리의 온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미래목회포럼은 이렇게 주장하였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특히 우리 기독교 사학들에게 더욱 가혹한 현실로 돌아오게 됐다. 기독교적 건학이념으로 세워져 학교를 구성하는 교원 임용에서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하는데, 기독교학교로서의 정체성마저 잃을 운명에 처했다. 학교법인이 자유로운 인사권을 빼앗기면서 기독교에 반하는 사람들을 비롯해, 비신앙인, 혹은 이단에 속한 사람들까지 마구잡이로 임용이 되더라도 막을 방법이 없다. 이는 곧 건전한 기독교 사학을 해치며, 나아가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인재들을 양육해 내는 데에도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사학법 개정안이 위험한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교회의 미래를 이끌어갈 기독교 인재 양성에 있어서도 제동이 걸리게 됐기 때문입니다. 기존에도 기독교적 건학이념들이 국가인권위원회 등의 간섭과 무리한 권고로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데 임용권마저 가져간다면 기독교 사학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는 기독교를 향한 압박이자 통제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므로 꼭 기독교 사학이 아니더라도 한국교회 전체가 이번 개정안에 대해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법과대 교수이자 변호사로서 오랫동안 사학법을 연구해온 이재교 교수(인하대)는 “91개 조문 중 단 2개만 육성·진흥 방안이고 나머지 89개가 규제 조항으로 사학을 거미줄처럼 옭아매서 꼼짝달싹 못하게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무조건 풀어놔야 한다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하면서 현재의 사학법에 해당하는 원천봉쇄형 사전규제는 ‘후진적 규제’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율성을 부여하되 불법시 엄밀하게 제재를 가하는 사후적 규제 형식의 ‘선진적 규제’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교수는 사학법 개정안에 대해 학교법인의 인사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직업선택의 자유와 평등권 및 사학의 자율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관할청의 승인을 받을 경우 가능하지만 승인권에 대학현황, 학장약력, 대학운영방향, 임원구성 현황, 인물평가(직무역량, 대학경영, 주변여론 등) 등을 지나치게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학법 개정안이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은 개정안이 ‘교육기본법 제25조’를 위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육기본법 제25조는 사립학교의 다양하고 특성 있는 설립목적이 존중되도록 지원, 육성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교육기본법을 무시하고 사립학교의 자율성의 핵심인 ‘교원임용의 자율성’을 해치고 있습니다. 종교계 사립학교가 종교적 건학이념에 근거하여 교육하기 위해서는 종교적 건학이념에 동의하는 교원을 임용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이를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이번 개정법은 ‘종교교육의 자유’가 포함된 헌법 제20조의 ‘종교의 자유’마저 침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모르는 사람들은 그동안 사학이 잘 하지 못해서 이를 바로잡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어떠한 사유든 가장 기본이 되는 ‘사립학교 설립과 운영의 자유’를 침해하면서까지 법 개정이 우선된다는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특히 다양한 의견이 일치를 보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고 독단적이며 일방적인 밀어붙임으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결정입니다. 미래목회포럼의 주장과 같이 지금은 사학들의 기본권을 빼앗을 것이 아니라 사학들 스스로 각고의 자정 노력을 다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해줄 때입니다.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임용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건전한 사학으로서 국가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러기에 온 교회가 힘을 모아 반드시 ‘사립학교 교원임용의 교육감 위탁 강제’란 위헌적 독소조항이 철폐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기독교연합단체가 힘을 모아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에 재의를 요구해야 하며, 건전한 사학이 조성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 나라와 민족의 미래를 이끌 인재들을 양성함에 있어서 거침이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기독교 정신에 입각하여 세워진 사립학교가 얼마나 많이 있습니까? 사립학교 중에는 헌금으로 세워진 학교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학의 기본권이 침해된다면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후진 양성에 커다란 피해가 오게 됩니다. 그러므로 사학법 개정안이 반드시 철폐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사학법 개정안의 위헌적 독소조항이 철폐되지 않을 경우 선거에 깊이 관여하여 낙선운동은 물론, 헌법소원 등 행동에 동참해야 합니다. 온 교회가 힘을 모아 ‘사립학교 설립과 운영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진력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