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도 다 같은 뇌출혈이 아니다.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은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 질환이며 신경이 망가지고 뇌가 붓기 전 치료해야 전신마비·사망과 같은 치명적인 후유증을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뇌출혈도 발병 위치에 따라 원인과 증상에 차이가 있다. 그렇다고 모든 뇌출혈에서 즉각적인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주요 증상과 기저질환, 외상 유무 등 원인을 미리 체크해 의료진에게 알리는 것이 뇌출혈의 맞춤 치료에 도움 된다.
뇌출혈은 두개골과 뇌 사이 3개의 막(연막·지주막·경막)을 기준으로 분류한다. 가장 발병률이 높은 건 연막으로 쌓인 뇌실질 내에 발생하는 뇌내출혈(출혈성 뇌졸중)이다. 매년 인구 10만 명당 12~15명에서 발생하고 중장년층(45~75세)이 전체 환자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뇌내출혈은 40대 미만은 혈관 기형, 70대 이상은 아밀로이드 뇌혈관병증(뇌혈관에 단백질이 쌓이는 병) 등 연령별로 주요 원인이 다르다. 중장년층의 뇌출혈 발생률이 압도적인 것은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 때문이다. 고혈압 환자는 정상 혈압을 가진 사람보다 뇌출혈 발병 위험이 최소 4배에서 최대 13배나 높다. 추운 날씨에 몸이 노출되면 혈관이 수축되어 혈압이 급상승할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외출을 삼가 하고 부득이 나갈 때는 목도리를 하고 모자를 쓰고 장갑을 끼어 보온에 신경을 써야 한다.
뇌내출혈이 발생하면 그 즉시 해당 부위의 뇌 조직이 손상돼 기능을 잃는다. 한쪽 팔다리가 마비되거나 언어·시야 장애, 두통·구토·경련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제때 지혈하지 못하면 갈수록 출혈량이 늘어 신경학적 증상이 악화되기 때문에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뇌에 혈종(핏덩어리)이 생성되면서 염증 물질이 분비돼 뇌가 붓고 이로 인해 뇌가 밀리거나 다른 혈관을 압박하는 2차 뇌경색으로 인해 치명적인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 내원 당시 출혈량이 많을수록 뇌부종·뇌탈출 위험이 큰 만큼 편마비나 언어·의식 장애 등이 나타나면 최대한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뇌내출혈은 초기에 출혈 위험을 낮추는 혈압강하제·지혈제를 쓰고 필요하면 뇌압을 떨어뜨리는 뇌압 강하제를 추가 투여하는 게 일반적이다. 약물이 듣지 않거나 뇌부종이 매우 심할 땐 전신마취 후 두개골을 여는 개두술, 작은 구멍을 뚫은 뒤 혈종을 뽑아내는 정위적 흡인술을 적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신진대사를 억제해 뇌부종을 억제하는 저체온 치료로 수술 전후 뇌 압력을 낮추기도 한다.
연막과 지주막 사이의 지주막하 공간은 뇌혈관과 뇌척수액이 지나는 통로다. 혈관 조영술로 보는 혈관은 사실 뇌 속 혈관이 아닌 지주막하 혈관으로, 크기가 커 한 번 터지면 출혈량이 많아 뇌내출혈보다도 치명적이다. 실제로 지주막하 출혈 환자 가운데 정상으로 회복하는 비율은 30%에 불과하다. 뇌내출혈이 국지전이라면 지주막하 출혈은 뇌 전체로 출혈이 번지는 전면전에 비유된다. 증상도 국소적인 마비·장애 수준이 아닌 머리가 터질 듯한 두통이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지주막하 출혈은 주로 뇌동맥류로 인해 발병한다. 뇌동맥류는 지주막 아래의 큰 혈관인 뇌동맥이 부풀어 오르는 질환으로 인구 200~300명당 1명이 가지고 있을 만큼 꽤 흔한 병이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이 병을 앓아 두 차례 수술을 받기도 했다. 터지기 전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어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뇌동맥류는 두개골을 연 뒤 미세 현미경으로 보며 클립으로 부분 혈관을 묶는 수술(클립 결찰술)이나 절개 없이 허벅지 혈관으로 코일을 집어넣어 막는 시술(코일 색전술)로 치료한다. 단, 이런 치료가 불가피하게 뇌 손상을 유발할 수도 있어 뇌동맥류의 크기, 파열 위험에 따라 즉시 치료할지 혹은 추적 관찰하며 상태를 지켜볼지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