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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단신] 장로님, 농부의 이 심정을 아십니까?

2026-05-28 17:27 | 입력 :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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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완 장로
편집, 발행인 박정완 장로
(목포중부교회)

사람들은 대부분 타인의 뒷모습을 쉽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인내해야 할 때 참지 못하고, 상대가 없는 자리에서 험담을 늘어놓는 일이 다반사다. 실제로 당사자를 앞에 두고 면전에서 말하면 좋으련만, 그러지 못하는 것이 인간의 유약함이다. 충분히 대화로 풀 수 있는 상황인데도 시도조차 하지 않고, 상대가 없는 자리에서 평가해 버리는 버릇은 분명 고쳐야 할 악습이다. 알량한 신분이나 직분을 내세워 타인을 판단하고 정죄하며 업신여기는 태도가, 단순히 일회성 실수를 넘어 아예 일상으로 자리 잡은 이들이 많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부인할 수 없는 씁쓸한 현실이다.
이처럼 자의적인 기준으로 아무렇게나 넘겨짚어 말하다가, 결국 사실 여부를 떠나 말실수가 되어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필자의 경우, 성향이 맞지 않더라도 면전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편이라 그런지, 아직 삼자대면을 하거나 변명하기 위해 애써본 적은 없다.
내게는 무척이나 아끼는 아우가 있다. 여러 모임과 공동체에서 늘 함께 활동하는 동생이다. 그는 매우 박식하고 활동력이 넘친다. 소통도 잘되고 양보할 줄도 알며, 소외되고 어려운 곳을 돌아볼 줄 아는 따뜻함을 지닌 예리한 사람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대중적인 인기는 그리 높지 않다. 그를 아는 다수의 공통된 의견은 ‘그가 너무 많이 안다’는 점이다. 사실 많이 알고 똑똑한 구성원이 있다는 것은 조직에 얼마나 큰 복인가. 막힘없는 일 처리, 감칠맛 나는 소속감, 실수 없이 사명을 감당해 내는 조절 능력까지. 이보다 더 내세울 만한 장점이 없을 것 같은데도, 그가 간혹 소외당하는 모습을 보면 앞서 말한 ‘험담’의 희생양이 된 것은 아닐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조금 더 냉정히 짚어보면, 지식의 표출 이면에 ‘나를 알아달라’는 인정 욕구가 작용한 탓도 있을 것이다. 그저 유연하게 넘어가도 될 법한 일인데도, 꼭 모임이나 회의 석상에서 타인의 잘못을 지적하고 마는 습성이 그에게 존재한다. 비록 전문적인 영역이 아닐지라도 대다수의 사람이 묵인하고 있고, 공동체에 큰 해를 끼치는 잘못이 아니라면 한 번쯤 눈감아주고 넘어가 주는 것이 성숙한 신앙인의 온당한 사고가 아닐까 한다. 비록 내 기준에 차지 않더라도 그 공동체 고유의 문화를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참된 ‘공동체 정신’이기 때문이다.
교회법이나 규율에 큰 손상을 입히는 일이 아니라면,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고 잠시 침묵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공동체의 존재 의식과 존립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다면, 때로는 나만 알고 조용히 지나쳐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지성인이자 신앙인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오늘도 어느 장로님과 대화를 나누던 중, 무릎을 탁 치며 큰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 있었다. 그분은 전남 지역에서 무화과 농사를 짓고 계시는 장로님이시다. 잘 알다시피 무화과는 봄철 새싹이 돋아날 무렵 가지치기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한 해 농사의 성패가 가름 난다. 농부에게 있어서 철저한 땀방울과 준비는 결실의 전부를 차지한다. 희망과 비전을 품고 돋아나는 새순을 보며 장로님은 내게 한 가지 농사 비결을 일러주셨다. 가을철 풍성한 수확을 얻기 위해서는 역설적이게도 가장 튼실하고 크게 자란 새순을 반드시 먼저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거대한 새순의 영향력과 독점적인 영양 독식 때문에, 주변의 작은 순들은 절대로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없기 때문이란다. 욕심 때문에 제일 큰 새순을 그대로 두고 되레 작은 싹들을 도려내면, 그해 무화과 농사는 아예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농부 장로님의 오랜 관찰과 경험에서 나온 지혜였다.
이름하여 ‘잘난 체하는 사람’은 진정으로 큰 사람이 아니다. 준비 없이 그저 제 욕심껏 자라는 무화과 새싹처럼 언젠가는 잘려 나갈 수 있는 존재다. 공동체의 연약한 이들을 보호하고 상생하기 위해서는, 때로 대장 노릇을 하려는 큰 싹이 먼저 잘려 나가는 것이 순리이자 우선순위인 셈이다.
그 장로님은 통화를 마무리하며 내게 의미심장한 권면을 건넸다. 하나님과 성도들에게 선택받는 일꾼이 되기 위해서는, 공동체를 향한 사랑과 배려, 섬김과 존중으로 함께하는 ‘상생의 삶의 지혜’를 가져야만 도태되지 않고 장수할 수 있다는 말씀이었다. 마침 우리 주변에 여러 선거철이 다가오고 있다. 엄중한 선택과 심판의 계절 앞에서, 과연 나는 잘려 나가야 할 비대한 새순인지 아니면 이웃을 배려하는 농부의 마음을 가졌는지, 주님 앞에 겸손히 무릎을 꿇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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