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은 지난 5월 15일 영암군 청소년센터에서 5.18민주화운동 기념행사가 개최 되었다
“그날 이후로 제 시계는 1980년 5월에 멈춰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영암에서 우리 재학이를, 그리고 오월을 기억해 주는 여러분을 보니 가슴이 미어지면서도 따뜻해집니다.”
단상에 오른 노모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소설 『소년이 온다』의 실제 주인공인 고(故)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 김길자 여사의 입에서 빛바랜 기억이 흘러나오자 객석 곳곳에서 묵직한 탄식이 나왔다. 46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지만, 자식을 먼저 보낸 어머니의 시간은 여전히 그 뜨거웠던 오월의 광주에 머물러 있었다.
이날 영암군청소년센터 공연장은 그 어느 때보다 엄숙하고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영암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가 주관한 ‘제4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행사’ 현장이다. 이날 행사장에는 유공자와 유가족, 청소년, 군민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올해 기념식은 딱딱하고 형식적인 기념사 대신, 당시의 참상을 온몸으로 겪어낸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회고담’ 형식으로 진행돼 몰입도를 더했다.
특히 영암 지역의 산증인인 서동열, 박찬욱, 이삼자, 채영선 씨 등 5·18민주유공자들이 차례로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수십 년 전 가슴속 깊이 묻어두었던 총칼의 공포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갔던 처절했던 순간들을 덤덤하지만 강렬한 어조로 증언했다.
행사에 참석한 한 고등학생은 “교과서 글자로만 배우던 5·18을 우리 지역 어르신들의 목소리로 직접 들으니 소름이 돋을 정도로 생생하게 와닿았다”며 감회를 밝혔다.
영암 POPS 합창단이 부르는 ‘아침이슬’과 ‘광주출정가’의 웅장한 선율이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회고담 사이에 흐른 ‘찔레꽃은 일렁이는 눈물로 핀다’, ‘목련이 진들’ 등 가슴을 후벼 파는 추모 공연은 참가자들의 가슴에 민주주의의 묵직한 가치를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객석의 청소년들과 머리가 희끗희끗한 유가족들은 손을 맞잡고 나지막이 노래를 따라 부르며 세대를 초월한 공감을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