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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기고문] 36년의 기다림, 목포는 왜 또 소외됐나

2026-09-10 13:52 | 입력 :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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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혹진
기아자동차 목포지점 부장 나혹진

36년이다. 1990년 목포에서 시작된 국립의과대학 설립 요구가 또다시 벽 앞에 섰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지난 30일 전남권 국립의과대학 신설 후보대학으로 국립순천대학교를 선정해 교육부에 추천하기로 했다. 심사 결과는 순천대 89.15점, 목포대 87.85점. 불과 1.3점 차이였다.
아직 모든 절차가 끝난 것은 아니다. 그러나 36년 동안 목포 시민들이 품어온 기대가 결정적인 고비를 넘지 못했다는 사실 앞에서 느끼는 허탈감은 결코 작지 않다.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순천대가 선정됐다고 목포가 끝난 것은 아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말만으로 36년을 기다려온 시민들의 상실감을 달래기에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목포 시민들에게 국립의대는 단순히 대학 하나를 유치하는 사업이 아니었다. 부족한 의료 인프라를 확충하고, 청년이 떠나는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지역의 미래를 바꿀 중요한 기회였다.
특히 섬과 농어촌이 많은 전남 서부권의 의료 접근성을 생각하면 목포를 중심으로 한 국립의대 설립 요구는 오랜 숙원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결과는 순천대였다. 더 뼈아픈 것은 단순히 ‘순천에 졌다’는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과연 목포의 미래를 위해 얼마나 절박했는가.

순천에서는 정치인과 시민들이 의대 유치를 위해 삭발하고, 장대비 속에서 삼보일배까지 했다. 그 행동 하나만으로 정책적 역량을 평가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지역의 절박한 요구를 정치권이 얼마나 무겁게 받아들였는지는 보여준다.
그렇다면 목포의 정치권은 무엇을 했는가.
이번 결과를 바라보며 시민들이 이 질문을 던지는 것은 당연하다.
정치인은 선거 때만 시민의 목소리를 듣는 사람이 아니다. 지역의 미래가 걸린 순간에 시민보다 먼저 움직이고, 중앙정부를 설득하며, 지역의 이익을 관철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목포 시민들 사이에서는 지역 정치인들의 활동을 바라보며 답답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중앙에서 무슨 일이 하나 결정되면 마치 자신이 일궈낸 성과인 것처럼 현수막을 내걸고, 시내 곳곳에 자신의 이름과 성과를 알리는 데는 적극적이지만, 정작 지역에 돌아와 시민의 삶을 바꾸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앙정치에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것과 지역을 위해 일하는 것은 분명 다른 문제다.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성과 홍보가 아니다. 지역의 숙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중앙정부와 어떤 협상을 하고 있는지, 지역에 어떤 예산과 사업을 가져오고 있는지, 그리고 실패했을 때 무엇이 부족했는지 설명하는 보이는 정치, 책임지는 정치다.
특히 36년을 기다린 국립의대 문제처럼 지역의 미래가 걸린 사안이라면 더욱 그렇다.
“우리 지역 정치인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번 결과가 시민들에게 던진 가장 뼈아픈 질문 중 하나가 아닐까.
물론 이번 결과를 정치인 몇 사람의 잘잘못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외부 전문가들의 평가에서 순천대가 더 높은 점수를 받은 만큼 목포 역시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정책이 부족했는가. 준비가 부족했는가. 설득력이 부족했는가. 정치력이 부족했는가. 아니면 지역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는 힘이 부족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고 “순천이 가져갔다”, “정치권이 잘못했다”고만 한다면 다음 기회에도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
이제는 ‘누구를 탓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바꿀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이번 일은 목포에 중요한 숙제를 남겼다. 지역은 저절로 발전하지 않는다.
정치권이 움직이고, 행정이 전략을 세우며, 대학과 시민사회가 함께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민들이 지역 정치권에 끊임없이 책임을 묻고 평가해야 한다.
그동안 목포는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가 매우 강한 지역이었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에게도 질문을 던져야 한다. 정당에 대한 지지와 지역에 대한 지지는 같은 것인가.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시민의 자유다. 하지만 정당에 대한 지지가 지역 정치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나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치적 경쟁이 사라지면 긴장도 사라진다. 이제 목포에 필요한 것은 정당 간 싸움이 아니라 건강한 정치적 경쟁이다.
누구에게 표를 주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지역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를 묻는 일이다. 그래야 정치도 바뀐다.

국립의대가 끝이라면 안 된다. 이제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다.
목포는 패배감에 머물러 있을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밝힌 목포대와 서부권의 의료 인프라 지원 약속 역시 구체적인 사업으로 이어지도록 정치권과 행정이 끝까지 요구해야 한다.
목포대의 의학교육 및 의료 인프라 확대, 대학병원급 의료체계 구축, 권역응급·필수의료 강화, 서부권 의료 네트워크 구축 등 국립의대가 아니더라도 목포에 반드시 필요한 의료 기반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더 넓게 목포의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
왜 청년이 떠나는가. 왜 기업과 일자리가 부족한가. 왜 대형 국책사업에서 번번이 뒤처지는가.
국립의대는 목포의 미래를 바꿀 중요한 기회였지만, 목포의 미래를 결정하는 전부는 아니다.


36년의 절망을 새로운 시작으로
이번 결과는 참담하다. 36년을 기다린 시민에게 “1.3점 차이였다”고 설명한다고 해서 그 허탈함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제 선택해야 한다.
또다시 누군가를 탓하며 시간을 보낼 것인가. 아니면 이번 일을 계기로 목포의 정치와 행정, 시민사회를 근본적으로 돌아볼 것인가. 나는 후자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목포에는 지금 시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중앙정부를 설득하며, 10년 뒤 목포의 모습을 그려낼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리더십은 누군가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요구하고, 감시하고, 평가할 때 만들어진다.
이번 결과를 두고 “누가 졌는가”만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왜 졌는지, 무엇이 부족했는지, 다음에는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를 이야기해야 한다.
36년의 숙원이 물거품처럼 느껴지는 지금, 목포 시민에게 필요한 것은 체념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깨어나야 할 때다.
정당보다 목포를 먼저 보고, 정치인보다 시민의 미래를 먼저 보고, 선거보다 10년 뒤 목포를 바라보는 정치.
그것이 지금 목포에 필요한 변화다.
그리고 정치권에도 묻자. “다음 선거에서 무엇을 약속할 것인가”가 아니라 “이번에는 목포를 위해 무엇을 해낼 것인가.”
목포의 36년은 실패로 끝나서는 안 된다. 36년의 절망이 목포를 다시 일으키는 새로운 시작점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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